▒ 코끼리한의원
등록일 : 2012-05-10 13:48
제 목
추위를 이긴 '대파'의 효능
작성자
코끼리
2,228
조회수


꽃과 바람의 계절 봄이 왔다. 봄의 아름다움에는 댓가가 따른다. 차가운 꽃샘추위가 중간중간 견제구를 던진다. 꽃샘추위가 오면 왜 감기가 잘 걸릴까? 너무 소박한 질문이지만 고뿔이라는 말에 그 대답이 있다. 고뿔은 감기의 옛말이다. 고는 코를, 뿔은 불을 뜻하는 것으로 코에 불이 난다는 의미다. 코가 불을 낸다는 것은 내 코가 차가워진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열을 낸다는 의미다.

사실 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온도 조절이다. 외부 온도가 영하 40도일지라도 0.25초만에 36.5도로 조절하는 강력한 보일러 역할을 한다. 온도를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공기가 천천히 느리게 흡입되어야 한다. 콧대가 밖으로 보기에는 똑바른 것 같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구불구불한 오솔길 같은 것도 이런 사연이 숨어 있다.

직선으로 뻥 뚫린 구멍이면 공기가 그대로 흡입되면서 폐에 동상을 입힐 위험이 생기는 탓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중격만곡증이라는 진단을 받고는 수술을 고민하지만 사실 모든 코의 비중격은 좌우로 약간씩 휘면서 공기를 따뜻하고 습기차게 조절하는 것이 정상이다. 많이 휘어진 것이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진화론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백인과 흑인의 코 모양도 주변 환경의 적응산물로 본다.

백인은 춥고 습기찬 지역에 살아서 천천히 느리게 흡입하기 위해 좁고 길게 형성되었고, 흑인은 더운 지역에 살다보니 공기의 흡입과 배출이 빨라지기 때문에 넓고 펑퍼짐 해진 것이다. 주변 환경에 대한 적응의 산물이 미의 기준이 된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다.

콧대는 우리 몸의 양기와 음기 중 양기의 상징이다. 양기는 독맥이, 음기는 임맥이 관장하는데 콧대는 우리 몸의 명문에서 올라온 양기가 척추를 휘몰고 올라와 멈춘 산맥이다. 양기의 상징인 만큼 남성성의 상징이여서 코가 크면 거시기가 어떻다는 표현도 속되게 쓰는 것이다.

경주에 가보면 석불들은 대부분 코가 없다. 남성성의 연장에서 남아를 낳는다는 유감주술 때문에 경주석불들의 코가 모두 떨어져 나가는 곤욕을 치른 점은 유교적 악습이다.

라이얼 왓슨이 쓴 ‘코’라는 책에는 성행위 후에 코의 온도를 재어 보니 1.5도가 상승했다는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한의학적 주장 외에 일견 현실감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꽃샘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코의 양기를 살려 온도를 잘 조절하는 것이 고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운동과 음식이 아닌 당장 코양기를 살리는 것은 무엇일까. 대파다. 파는 시들어도 흙에만 닿으면 금방 살아나는 강력한 생기가 있다. 생기는 살아 오르는 양기의 다른 상징이다. 대파를 먹으면 느껴지는 맵고 따뜻한 성질은 구체적 방증이다.

파를 한겹씩 벗기면 찐득한 진액이 겹겹이 쌓여 있다. 콧 속의 진액을 보태어 외부의 이물질에 코팅하는 작용까지 덤으로 얻는 것이다. 만리장성과 피라미드를 쌓을 때 고된 노동을 이기고 질병을 극복하고자 근로자에게 지급된 것이 파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파의 흰부분(총백)에 함유된 아리아 성분은 땀을 내거나 해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증명된 것이다. 최근 농촌에 대파가 생산량이 많아 고충을 겪는다고 한다. 대파로 국과 찌개를 끓여 농촌도 돕고 건강도 도울 필요가 있겠다.



이상곤 원장
서울시 갑산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