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M, 다빈도 한약제제의 치매 유효성 비임상 연구 수행
관련 연구 뉴트리언츠, 몰레큘스 등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
한의학적 변증에 근거한 한약제제 처방이 치매에 치료 효능을 갖는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과학적으로 규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종열·KIOM)은 임상의학부 정수진 박사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및 혈관성 치매 모사 동물모델에서 보중익기탕과 황련해독탕의 치료 효능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정수진 박사 연구팀은 한약제제의 치매 치료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자 치매질환의 대표 처방인 보중익기탕(허증처방)과 황련해독탕(실증처방)을 각각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 모사 동물모델에 투여하고 증상을 관찰했다.
이에 앞선 선행 연구에서 치매에 대한 한약제제 및 처방을 중심으로 한의학적 치매와 서양의학적 치매를 비교한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는 허증 치매, 혈관성 치매는 실증 치매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가설로 제시된바 있다(보건복지부 연구보고서, 한의학적 방법에 의한 치매진단연구. 원광대학교 강형원. 2013.).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쥐의 뇌에 주입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도했으며, 이후 보중익기탕을 투여한 실험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눠 동물실험(Y-미로시험, 수동회피시험)을 실시한 결과 실험군의 공간인지능력이 대조군에 비해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Y-미로시험에서는 치료를 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보중익기탕을 투여한 실험군의 행동비율이 약 37%까지 향상됐으며, 수동회피시험에서는 대조군의 행동지연 시간이 12초인 것에 반해 실험군의 행동지연 시간은 220초까지 향상됐다.
연구팀은 양측 경동맥 결찰로 유도한 혈관성 치매 모사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황련해독탕을 투여했으며, 이후 이어진 Y-미로 시험에서 황련해독탕 추출물을 투여한 실험군의 행동비율이 대조군에 비해 20%까지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신물질탐색시험에서는 실험군의 식별지수가 대조군에 비해 31%까지 향상된 것을 확인했으며, 황련해독탕을 투여한 쥐의 뇌 조직에서 미세아교세포 활성이 억제되는 등의 염증 저해 효능도 확인했다.
이와 관련 정수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치매 유형별 치료에서 한의학적 변증에 기반한 한약처방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향후 변증 처방의 약리기전 연구를 보강하고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에 대한 한의치료의 가치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종열 원장은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치매에 대한 한의약 치료의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며 후속 연구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의학연 기관고유사업과 보건복지부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및 몰레큘스(Molecules)에 발표됐다.
<주요 용어 설명>
△베타 아밀로이드: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조직병리학적 진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아미노산 펩타이드
△Y-미로시험: Y형 미로를 활용한 행동 시험으로 실험동물이 주변의 단서를 파악해 순차적으로 미로에 들어가는 행동비율을 측정하는 시험
△수동회피시험: 어두운 곳으로 이동하려는 습성에도 전기충격이 가해지는 공간임을 기억해 실험동물(쥐)이 해당 공간으로 이동하지 않는 행동지연 시간을 측정하는 시험
△신물질탐색시험: 새로운 물건을 식별하는 정도로 사물 인식 정도를 측정하는 시험
△미세아교세포: 뇌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원세포의 일종으로 경동맥 결찰을 유도한 쥐에서 활성정도가 커진다. 지나친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은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