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정창현)과 통일연구원(원장 고유환)이 ‘보건의료 분야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지난 17일 온라인 학술회의를 진행, 한의약을 매개로 미래 통일한국 의료체제 구성을 위한 미래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는 ‘통일 한의약을 위한 남북교류의 과거·현재·미래’,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2개의 세션이 마련됐다.
이날 대한한의사협회 송호섭 부회장은 ‘한의약의 남북간 교류협력의 역사’를 주제로 대한한의사협회가 지난 20년간 남북 보건의료 협력을 위해 노력해온 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송 부회장은 “남과 북의 전통의학인 한의학과 고려의학은 민족의 동질성 유지에 굉장히 독특한 공통요소가 많기 때문에 경색된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교류 분야로 최적화돼 있다”며, 남북의 평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키워드로 한의학을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남북교류 협력을 위해서는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인력과 한약 자원 및 토지 등을 활용해 호혜적 협력을 넘어선 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북한은 1970년대 약초 재배 확대 지시를 시작으로 고려약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제조해 해외 수출을 도모하는 한편 고려약을 임상현장에서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 등을 제시했다.
또한 지속가능한 협력을 위해서 학술연구 기관간 네트워크 구성 및 협력사업 구축이 필요하고, △남북 민족의학 학술대회 공동 개최 △보건의료 증진을 위한 남북 전통의학 협력 사업 추진 △남북 전통의학 협력센터 건립 및 공동연구 △남북 전통의학 의료인력 교육프로그램 개발 협력 △일회용 침 공장 및 제약 공장 건립 △이북지역 내 고려약재 생산 협력 사업 추진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한의약진흥원 백유상 정책본부장은 한약물을 중심으로 하는 남북교류협력에 주목했다. 그는 “고려의학의 의존도가 북한 전체 의료의 80%에 달하고, 대북제재 이후 북측 한약재들에 대한 교역이 이뤄졌었는데 상당 부분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기초로 한약재에 대한 기초 및 재배 연구 등과 같은 산업에 접근해야 하며, 한약물 중심의 협력방안을 기초로 한의약 클러스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또 ‘한약물 중심 남북교류협력 방안’과 관련해서는 “북측의 한약자원 생태조사 및 유전정보 분석, 분류 등의 공동연구를 목적으로 북한 토지에서 수집되는 한약자원 200품목을 대상으로 GPS 정보조사, 토양 및 생육환경을 분석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즉 이를 토대로 전통약재에 대한 유전정보 분석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계획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고려의학은 소위 말하는 현대의학의 약품들과 혼합한 혼합제제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국내에서 활용하면 1~3상 임상연구를 거치지 않더라도 데이터 활용 및 등록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북측의 노하우와 전통을 접목해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하는 고려의학의 치료약재와 치료방법을 이용하고, 더불어 북한에 시설 구축과 제품화를 지원하면 국내 판매에 그치지 않고 남북 전통의학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 이어진 토론에서 동신대 한의과대학 정종길 교수는 한의학 분야가 남북교류협력에 중요한 키워드임에 공감하는 한편 “정치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경우 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의학이 정치적 물꼬를 틀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한 그는 “고려의학이 북한의 모든 의료체계 내 주류의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북한을 두 차례 다녀오면서 느꼈던 점은 북한이 한의학에 대한 정보와 관심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부처와 기관이 합심해 컨트롤 타워를 구성하고 남북교류가 있을 때마다 의료체계를 파고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통일연구원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의학이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며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제언들이 많은데 왜 지금까지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지금 한의계와 노력해야 할 부분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난 10년 동안의 교류를 통해 향후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남북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등이 대안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통일시대보건의료포럼 최문석 상임대표는 “동·서독이 통일하는 과정에 있어 가장 핵심이었던 것이 바로 보건의료 협정이었다”며 “보건의료 분야가 동·서독 통일과정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대북 지원을 살펴봤을 때, 보건의료가 약 44%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이 보건의료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낙후된 병원시설, 교육시설로 큰 문제를 겪고 있기에 접경지역의 규제를 완화하고, DMZ 내 보건의료산업 공단을 조성하는 것이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유상 정책본부장은 “추상적 지원의 개념에서 벗어나 첨단산업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AI 접목 사업 등 스마트팜 사업을 제안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통일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2021 한반도 보건의료협력 플랫폼’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