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진료로 활 쏘는 자세 교정…경기력 향상
2012 런던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이화숙 선수
8월30일부터 9월10일까지 개최됐던 2012년 제14회 런던 장애인올림픽대회에서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리커브 스탠딩) 은메달을 획득한, 장애인 양궁계의 간판스타 이화숙 선수를 만났다.
“사실 올림픽 전,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기대도 안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메달 따다니 너무나도 기쁩니다. 주위에선 결승전까지 올라갔는데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라 아쉽지 않으냐고도 하지만 저한테는 너무나도 값진 은메달이고, 은메달을 목에 건 것만으로도 저는 무척 행복한 걸요.”
그는 사실 런던올림픽대회 전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단체전에서 팀원에게 피해만 주지 않게 경기하자는 다짐을 하고 있었고, 더욱이 그가 올림픽에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 점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마치 운명처럼 런던올림픽 대회 시작 1달여 전 이천장애인종합훈련원에 의료 지원을 나온 최호승 원장(거북이한의원)을 만나게 됐고, 최 원장의 진료로 자세 교정, 피로 회복 등을 통한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몸이 굉장히 무거웠고, 어깨가 잔뜩 오므라들어 있었어요. 다른 선수의 권유로 인해 한의진료를 받게 됐는데, 최 원장님께 추나 치료를 한 번 받고나니 그 다음날 몸이 가뿐해 지더라고요. 단 한 번의 치료로 탁월한 효과를 경험하곤 오히려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원장님께 며칠에 한 번씩 치료를 받으면 되냐고 물어보게 됐고 일주일에 3회 이상 한의진료를 받았어요.”
그렇게 이화숙 선수는 일주일에 한 번은 이천장애인종합훈련원에서, 나머지 이틀은 최호승 원장의 한의원을 직접 찾아가 진료를 받았다.
“참 신기하게도 원장님께 양궁을 할 때는 어떤 곳에 힘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원장님은 그곳을 만져보고 느끼면서 어디를 치료해야 할지를 바로 파악하시더라고요. 최 원장님께 치료를 받은 후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쫙 펴지면서 활 쏘는 자세가 굉장히 편안해졌어요. 원장님도 치료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고 더 열성적으로 진료에 임하셨고, 그걸 느낀 저도 더 열심히 치료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는 최호승 원장의 침 치료를 통해 활을 잡고 있는 손의 손바닥 탄력을 되살릴 수 있었고 또한 미세한 감각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런던올림픽에서 순위결정전을 치른 후 16강전을 앞두고 있는 기간에 선수생활 최초로 특이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일부러 힘을 주는 것도 아닌데, 어깨가 쫙 펴져서 활을 더 잘 쏠 수 있는 자세가 잡혔다. 12발 중 1~2발 정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노란 과녁을 맞혔고, 게다가 6~7발 정도는 퍼펙트 골드를 쐈을 정도로, 마치 신들린 것처럼 거침없이 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감각을 잊을까봐 밤에 잠을 자기 싫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는 말도 전했다.
이화숙 선수는 “아무래도 원장님의 치료로 인해 활 쏘는 자세를 교정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조금 더 일찍 원장님을 만났더라면 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원장님을 만난 것이 제겐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재활을 위해 양궁을 시작하게 됐다는 이화숙 선수는 양궁 입문 3년만인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그 이후 세계신기록을 수차례 수립하면서 장애인 양궁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지금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합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후배들에게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운동하라는 조언을 전하고 싶습니다.”
양궁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해지고, 양궁장에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로 그에겐 이제 양궁이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양궁을 통해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면서 스스로 강해진 것 같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이화숙 선수.
그는 지난 십여 년간 선수로 활동하면서 여자 운동선수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장애인 여자선수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도 일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사실 그동안은 운동선수는 운동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선수와 행정가를 연결시키는 중간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