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한의계를 대표한다고는 안 해줬으면 좋겠어요. 다만 올림픽 내에 공식으로 침을 가지고 들어가 선수와 임원을 치료하게 된 것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진료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한의 국가대표로서 올림픽 선수촌 폴리클리닉(병원) 내 의료진으로 봉사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송경송 대한스포츠한의학회 회장은 손사래 치며 이 같이 말했다.
현재 송 회장을 비롯한 스포츠한의학회 회원 25명은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 만치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지구촌 최대 축제인 올림픽을 위해 짧게는 14일 길게는 한 달 동안 한의원을 비우고 평창으로 왔다. 국내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우리 한의약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진료를 시작, 평창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는 내달 18일까지 각국 올림픽 대표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컨디션 향상과 부상 방지 및 치료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특성상 근무여건이 녹록치 만은 않다. 이들이 묵는 숙소는 평창, 강릉 진료실과 차로 약 한 시간 떨어진 속초에 마련돼 있는데다 보안상 셔틀버스로만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료시간도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여서 꼭두새벽에 일어나거나 자정 넘어 잠자리에 들기 일쑤다.
그럼에도 송 회장은 “힘들긴 하지만 보람 있게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의과 진료소를 찾는 선수나 임원들 모두가 한의학의 효과에 만족하고 있어서다.
송 회장에 따르면 한의과 진료소를 찾는 선수들의 부상 부위는 주로 무릎, 허리, 고관절 이상을 겪는 경우가 많다. 동계올림픽은 스키나 썰매 등 장비를 활용한 기록으로 승부를 겨루는 종목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선수가 많아서다.
이 날도 멕시코 스키 선수가 훈련 중 왼쪽 고관절에 문제가 생겨 진료소를 찾았다. 그는 침 치료를 받고 그 자리에서 다시 고관절이 가동되는 걸 보고 “내일 또 찾아오겠다”며 예약을 하고 갔다.
송 회장은 치료방법에 대해 “손상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고 손상 부위와 관련된 여러 근육과 경혈을 자극하는 방식의 치료를 하고 있다”면서 “침술은 단자법 위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치료가 끝나고 난 후에 선수에게 안 되던 동작이나 손상된 부위의 통증을 확인시켜 주면 확연하게 개선된 부분들에 대해 만족을 하고 간다”며 “한번 왔던 선수의 경우 여러 차례 반복해서 방문하는 것은 물론 선수들의 팀 닥터도 와서 침 치료를 받고 간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 미국 팀 닥터로 참가한 한 의사는 허리 통증으로 인해 앞으로 구부릴 수 없었지만 박지훈 스포츠한의학회 의무이사에게 침 치료를 받고 그 자리에서 호전되면서 굉장히 만족해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 송 회장은 이 자리를 빌려 유승민 평창선수촌장(IOC 위원)에게도 감사함을 나타냈다.
유승민 선수촌장은 올림픽 개막 전 미디어 데이에서 “이번 평창올림픽에는 선수들이 한방 침술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덕분에 우리 침술이 폴리 클리닉 내 정식 진료과목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미디어 관계자를 통해 더욱 알려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평창과 강릉 폴리클리닉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학회 동료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장세인 부회장은 오전에는 평창선수촌에서 외국인 선수들을 진료하고 오후에는 보광에 있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을 관리해 주고 있어요. 이현준 이사와 사정윤 의무의원은 네이티브를 능가하는 능숙한 영어로 영어권 환자들한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환성 명예회장님과 전병철 이사, 박지훈 이사, 전민수 기획의원 등 모두가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최전선에 서 있다는 마음으로 진료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