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동의보감 번역은 러시아에 한의학 알리기 위한 ‘첫 걸음’
향후 동의보감 전권 번역 추진…한국에서의 많은 관심 기대 ‘동의보감’ 러시아어로 번역
출간한 ‘Amrita Clinic’ 박인나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동의보감’이 러시아어로는 처음으로 번역·출판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서적은 한의사가 아닌 평소 한의학에 관심이 많았던 고려인인 박인나씨(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Amrita Clinic’·약사)에 의해 번역돼 러시아에서 한의학이 자리잡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씨는 한국-우즈베키스탄 친선한방병원(이하 친선병원)에 근무한 것을 비롯해 현재도 러시아에서 고려인이 운영하고 있는 한의원인 ‘Amrita Clinic’에 근무하는 등 한의학과의 오래된 인연을 맺고 있다.
친선한방병원에서 근무하던 지난 2009년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는 포스터를 보고 처음으로 ‘동의보감’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박씨는 “포스터를 접하고 ‘동의보감은 유명한 책이구나’라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이후 어떤 질환을 주제로 논의를 진행하다가 친선한방병원에 근무하던 안건상 원장이 자신이 보고 있는 ‘동의보감’을 보여줬고, 그 책을 직접 읽기 시작하자마자 감동이 밀려왔으며, 그 감동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다”며, 동의보감을 처음 접한 순간을 회상했다.
이번에 출간된 서적은 풍-한-서-습-조-화를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관심으로 인해 동의보감의 ‘풍’에 해당하는 부분부터 번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박씨는 “번역을 진행하면서 많은 정서적 경험을 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슬펐고, 어떤 부분에서는 우스워서 혼자 방에 들어가 크게 웃은 적도 있는 등 이 책을 쓴 사람의 입장을 잘 이해할 것 같았다”며 “동의보감을 번역하면서 오늘날 의료계에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며, 번역을 하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허준 선생과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씨는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친선병원에서 송영일·안건상 원장 이후 일했던 유영진·오승윤·권동현 원장은 여러 버전으로 된 동의보감의 전자책을 제가 사용해 볼 수 있게 해줬고, 송영일·안건상 원장은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지속적으로 동의보감의 어려운 부분들을 설명해 줬다. 또한 친선병원에서 근무하던 때는 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잊지 못할 시간으로, 일하면서 배움과 동시에 스스로의 발전을 느낄 수 있었으며, 직원들간에도, 또 직원들과 환자들간에도 따뜻하고 신임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번역을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번역 내용을 보고 ‘이 책은 꼭 출간해야 한다’고 말해준 Amrita Clinic의 이진 원장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으며, 이러한 여러 분들의 도움을 통해 책을 무사히 출간할 수 있었다.”
특히 박씨는 “한의학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한국 한의학이 러시아는 물론 세계인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며 “실제로도 지금 러시아 사람들도 치료효과가 높고 안전하기 때문에 한국 한의학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인나씨는 앞으로도 동의보감의 번역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한국 한의학을 러시아에 소개하기 위한 다양한 일들도 해나갈 계획이다.
우선 박씨는 동의보감 제1권부터 시작해 끝까지 번역할 계획이며, 전체를 번역한다는 것은 혼자는 할 수 없는 일인 만큼 향후 어떻게 번역작업을 진행해 나갈지를 논의 중에 있다. 그 일환으로 내달 9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러시아 국립도서관에서 개최되는 한의학 세미나에서 ‘동의보감’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러시아 내에서의 동의보감에 대한 관심을 높여나갈 예정이다.
박인나씨는 “저희가 현재 시작한 작업은 러시아에서 한의학을 알리기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저희가 열의를 가지고 진행할 이 프로젝트에 한국 출신의 한의사들의 참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앞으로 한국에서도 이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