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원 발전 위해 한의학 교육계 도움 절실”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하 한평원)이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대한한의사협회 5층 중회의실에서 신임 원장 취임식을 열고 한의학 교육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한의학 교육계가 힘을 모을 것을 다짐했다.
이날 취임한 신상우 신임 원장(사진의 좌측에서 3번째)은 1996년 대구한의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 한의학 박사를 거쳐 대구한의대 한의대 한의예과장 및 한의학과장, 부산대 한의전 한의학교육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는 한의학 교육 및 훈련 표준화 연구책임자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한의사시험위원, 한의학회 교육이사 등 한의학 교육제도 개선을 위해 매진해 왔다. 현재는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학 부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날 신 원장은 최근 3주 동안 인증기준개발위원회 차원에서 각 대학을 방문해 수렴한 의견을 소개하면서 한평원의 향후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신 원장은 “전국 11개 한의대·1개 한의전 소속 교수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한평원의 평가인증이 형식적 완결성은 갖춰졌는데 내용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결국 교육은 학생들이 만족해야 할 것이고, 졸업생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해서 경쟁력 있는 한의사를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 원장은 “성과기반교육이라고 하는 평가인증기준, 한의협이나 시대가 요구하는 세계의학교육 수준에 맞는 교육의 질적 향상, 정책적으로 1차 교육에 필요한 역량 요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인증기준이나 교육기준으로 개발할지에 대해 교수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들 해석에 대한 한평원 차원의 기준 제시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신 원장은 이어 “한평원이 인정기관으로 최근 재지정 받음에 따라 평가인증 자체는 더욱 질적으로 성장할 기회에 놓이게 됐다”며 “또 학습성과 개발, 진료수행평가 등을 같이 모여서 대화해 그 결과물을 12개 학교에 공통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만 대학사회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만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마음으로 한평원 이사와 협회, 학장, 학회 차원에서 많은 지원과 도움을 달라”고 당부했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지난 1일에 전국 시도지부 지부장은 부산대 한의전에 모여 한의대의 발전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의학전문대학원 관계자도 있었다. 한의계의 변화 방향이 전체 의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지금 우리가 우리의 위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영역의 제한 없이 의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의사의 위치를 갖게 된다. 신상우 원장은 10년 전부터 한의계 모두가 알고 있던 인재로 신 원장의 취임으로 한의계 교육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취임식 이후에는 한평원의 발전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이어졌다.
송미덕 한의협 학술부회장은 지난달 16일 정책연구원 세미나에서 장인수 우석대 한의대 학장이 발표한 정골의사의 정의를 언급하며 한의사가 지향해야 하는 치료 철학과 한평원의 역할을 제시했다.
당시 장 학장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면허를 받은 의사는 의사(MD, Doctor of Medicine)와 정골의사(DO, 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로 나뉜다. DO는 병원이나 의원에서 수술도 할 수 있다. 아이 분만도 할 수 있으며 전문의약품 처방도 할 수 있다. 또 정골요법 수기 치료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고, 환자의 몸이 가지고 있는 자연치유력을 북돋아줄 수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대증요법이 아닌 DO 고유의 100년 이상 지속된 DO의 치료 철학이 담겨 있다.
한창호 한평원 이사는 “한평원은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먼저 한평원에 교육평가 개념을 처음 도입한 안규석 교수님이 계셨다. 다음 원장님인 박동석 원장님은 한의대 인증평가 시작을, 손인철 원장님은 1주기 평가를 완료했고 교육부 인정기관 심사를 통과했다”고 강조했다.
한 이사는 또 “한의사는 사회적 필요 위에 있다. 과거에 한의학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자고 했는데 그 때의 요구는 올바른 한의사상을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지금 현재의 모습에서 필요로 하는 한의사의 모습 역시 여기에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는 의사와 다른 한의사가 목표였다. 지금은 의사로서의 한의사가 존재한다. 충분히 내 몸을 맡길 수 있는 한의사가 돼야 하는 게 사회적 필요성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한평원은 현재의 한의사가 아니라 미래의 한의사를 양성하고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 이사는 “마지막으로 교육의 담론만 얘기할 게 아니라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가 어떤 자리가 있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은용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은 “저는 이사직과 함께 평가단장을 맡고 있다. 한평원은 교육을 선도하는 기관이고 학교는 현장의 입장에 놓여 있다. 교육을 평가하는 상황에서 한평원은 교육부의 관리감독을 대행하는 기관이기도 하다”며 “교육부에서 한평원을 인정하면서 중시했던 절차는 다양한 의견 수렴이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한평원이 되도록 맡은 역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