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한의원

등록일 : 2018-08-14 12:19
제 목
더위 먹은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자율신경 실조증’
작성자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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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피곤하고, 식은땀까지…소화 및 땀, 체온 조절기능 무너진 것
청서익기탕 등 한약으로 기력 보충·소화기능 활성화해 몸의 균형 회복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41세 회사원 A씨는 몸이 나른하고 쉽게 피곤해지며 밤에 잘 때 식은땀을 흘리는 등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인지 감정 기복도 심한 것 같고 사람 만나는 것이 귀찮으며, 어떨 때는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리는 때도 있다. 그냥 더위를 먹은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매년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 것 같아 한방병원을 찾았더니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균형이 무너졌다고 했다. 바로 자율신경 실조증이었다.
한여름 찜통더위에 시달리는 A씨와 같은 사람들은 위와 같은 증상을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한다. ‘더위를 먹다’라는 말은 ‘더위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병이 생겼다’라는 의미로, 현대의학에서는 일사병·열사병과 같이 장기간 햇볕에 노출돼 혈액과 체액이 손실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더위에 지쳐서 기운 없고 식은땀도 흘리며 잠도 못 자고 소화도 안 되는 상태 즉 ‘더위 먹음’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고석재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우리 몸에는 교감과 부교감, 이 두 자율신경계가 있는데, 이 두 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소화관의 운동, 땀의 분비, 체온 조절 등과 같은 인체의 생리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긴다”며 “이를 자율신경 실조증이라고 하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더위 먹음’도 자율신경이 담당하는 체온과 땀 조절 기능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 교수는 “이 같은 증상은 평소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린 사람, 면역력인 떨어진 노인에게서 더 많이 볼 수 있다”며 “만일 에어컨의 찬바람이 싫거나 소화장애를 동반하는 경우, 머리가 아프고 현기증이 같이 올 때가 있다면 더욱 확실하게 자율신경 실조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율신경 실조증은 증상 자체가 매우 다양하고 개인차가 크며, 검사상에서도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신적 요인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서양의학적 약물요법으로는 항불안제, 수면제, 항우울제, 교감신경의 억제제 등이 있지만 본질적인 치료보다는 증상을 다스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의학에서는 ‘자율신경 실조증’의 경우 무너진 균형이 기혈음양 중 어디인지 찾아내고, 증상과 개인에 따라 달리 처방해 ‘항상성’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즉 교감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 회복을 돕는데 중점을 두고 치료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예전부터 자율신경 실조증을 치료해 왔는데, 조선시대 궁중 내의원에서는 ‘제호탕(여름철 더위를 대비한 한약)’을 만들어 임금에 바쳤치는가 하면, 일반 백성들은 쑥이나 익모초(益母草)즙을 마셔 원기를 회복하고 식욕을 돋웠다.
제호탕의 주원료 중 하나인 ‘매실(오매)’은 한의학적으로 갈증을 멈추고 열독을 풀어주며 소화를 도와 식욕을 증진시키며, ‘쑥(애엽)’은 설사와 복통을 멎게 하는 한편 ‘익모초’는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이 편찬된 이후 한의학에서는 청서익기탕(淸暑益氣湯)이나 생맥산(生脈散) 등과 같은 한약을 활용해 여름철 더위를 풀어줄 뿐 아니라 기력을 보강하고 소화 기능을 활성화해 무너진 음양기혈을 회복시켰다.
특히 청서익기탕과 생맥산은 오늘날에도 많이 쓰이고 있는 한약으로, 두 약에 동시에 들어있는 오미자는 땀으로 인해 쇠한 기력을 보충하고 갈증을 멈추며, 맥문동은 심장과 폐의 열을 식혀주는 효능이 있다.
이와 관련 고 교수는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자율신경 실조증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제 흔한 질환이 됐다”며 “더위를 먹었다고 찬 음료나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거나 지나치게 냉방을 하면 무너진 음양기혈은 더 회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음양기혈의 어느 부분이 과하고 부족한지 알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치를 받는다면 아무리 더위가 심하다 할지라도 우리 몸은 저절로 ‘항상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고 교수는 “자율신경은 외부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실내와 외부의 기온차를 지나치게 하지 말고 무리한 활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감정을 배출하는 통로이며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