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종열·이하 한의학연)은 4일 한약처방인 ‘이진탕’의 지방간, 당뇨 등 대사질환의 치료기전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비만, 지방간, 당뇨 등 대사질환 유병률이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관련 치료 및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의학에서는 비정상적인 생리물질인 습담이 소화기에 축적된 것을 대사질환의 원인으로 보고 치료에 한약처방 ‘이진탕’을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이진탕은 체내의 비정상적인 생리물질인 습담이나 담음을 제거하는데 사용는 주요 처방으로, 임상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으로 수행된 선행연구를 통해 체중 감소 효능 및 인슐린 저항성을 최대 39%까지 개선시킨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같은 효능의 치료기전에 대한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해 동물실험을 수행하며, 이진탕 투여시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하는 한편 특히 최근 대사질환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혀진 장내미생물 및 관련 대사체의 발생 변화량을 확인하고 물질간 상관관계를 통합 분석했다.
우선 연구팀은 실험쥐에게 대사질환을 유발한 후 이진탕을 투여한 실험군과 이진탕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눠 장내미생물 및 관련 대사산물 발생의 변화를 확인했다.
확인 결과 실험군에서는 비만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장내미생물 ‘후벽균’(Firmicutes·일명 뚱보균) 발생량이 감소했고, 인슐린 저항성에 관여하는 ‘의간균’(Bacteroidetes) 발생량이 증가하는 한편 장 건강 개선에 영향을 주는 장내미생물 대사산물인 단쇄지방산이 증가했으며, 총 39개의 간지질 대사산물이 이진탕 복용량에 비례해 유의하게 변화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연구팀은 다중오믹스 분석(유전체 및 단백체 등 다양한 생체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물질간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간지질 대사산물 중 특히 지질항원(포스파티딜글리세롤)이 비알콜성 지방간 관련 면역지표 및 후벽균(퍼미큐티스)과 밀접한 관련을 나타냈다.
이는 이진탕 투여로 후벽균에 이어 지질항원이 함께 감소하면서 면역이 강화돼 지방간을 개선한다는 것을 나타낸 결과라는 것으로, 이진탕이 장 환경을 조절해 장 건강을 개선하고 지방간, 당뇨 관련 장내미생물의 발생을 조절해 대사질환을 개선한다는 기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이정은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한약처방의 기전을 장내미생물과 관련해 규명한데 큰 의미가 있다”며 “해당 연구결과는 한약 처방의 대사질환 치료 관련 산업의 기반 자료로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9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출연연 인력양성지원사업의 표창장을 수상한 바 있으며, 세계적인 의학잡지 ‘phytomedicin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원 주요사업 및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핵심연구분야 우수인력 발굴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