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한의원

등록일 : 2012-01-04 10:45
제 목
103세 윤석혁 원장님
작성자
코끼리
2,543
조회수


“앞으로 7년은 꼭 더 살아야 해”
 
윤성혁 원장(103세·창생당한의원)
2~3년내 56년의 진료기록 담은 임상서적 발간
“7년내 남북자유왕래로 북의 두 아들 껴안을 것”

5년 전 서울 강남구 한티역 인근의 창생당한의원을 찾아 한의계에 98세의 어르신이 아직도 진료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첫 보도한 적이 있었다. 그 주인공인 윤성혁 원장은 이후 99세, 100세, 102세에 이르는 동안 한의학 장수(長壽)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5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 그를 다시 만났다. 한의원에는 중앙회와 서울시한의사회에서 보낸 각종 포스터가 부착돼 있었고, 간호조무사 2명도 여전히 근무하고 있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리에는 윤성혁 원장(103세)이 자리하고 있었다. 존재(存在),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도 큰 의미를 담고 있는 사람,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註)

어쩌면 103년의 연륜이란 삶의 종착역에서 내릴 채비를 하여야 할 때다. 그런 그에게 꿈을 물었다. 실례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기우(杞憂)였다.
“꿈, 꿈이 있지. 그것도 큰 꿈이 있어. 앞으로 꼭 7년은 더 살고 싶어. 그래야만 돼.”

잠깐 전쟁을 피하겠다는 것이 영원한 이별

그는 왜 7년을 반드시 더 살아야만 한다는 것일까. 윤 원장은 임상서적 발간을 앞두고 있다. 1951년 1.4후퇴 때 황해도 장연군에서 남한으로 내려와 검정고시로 한의사 면허 자격시험에 합격한 이후 1954년 성북구 돈암동과 삼선동에서 지난 2005년까지 그곳서만 50년을 진료했다. 또 그 이후 강남구로 이전하며 6년간 진료하는 등 지금까지 56년의 임상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엮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2~3년 내에 발간한다는 것이 목표다.

그의 한의원을 찾았을 때 깨알같은 글씨로 써내려간 진료기록이 30쪽 분량의 일반 노트 4~50권에 이르렀다. 그가 저술할 임상기록서는 장중경(張仲景)의 ‘상한론(傷寒論)’을 중심으로 중국인 장석순 저(著), 주갑득 역(譯)의 ‘충중참서록(衷中參西錄)’과 일본인 탕분이 저술한 ‘황한의학(皇漢醫學)’의 우수한 내용을 발췌하고, 여기에 자신의 56년 임상경험을 덧붙인다는 계획이다.

“오랜 기간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정말 괜찮은 효과를 보았던 적이 많았어. 이같은 경험을 그냥 사장(死藏)시키기엔 너무 안타까워. 나의 진료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후학들이 임상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데 참고가 됐으면 해.”
2~3년 내에 임상서적을 발간한다는 것이 꿈이며,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이미 기록물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2~3년이 아닌 7년을 더 살고 싶다고 할까. 7년 후면 그의 나이 110세다. 7년이란 꿈의 저편에는 아픈 기억이 도사리고 있다.

“잠깐만 전쟁을 피해 월남하겠다고 마음먹고 내려왔던 1·4후퇴(1951년)가 영원한 이별이 됐어.” 1·4후퇴 때 그는 북녘에 노모를 남겨두고 그의 부인 박의호(90세) 여사와 남한 땅을 밟았다. 아마 그의 노모는 벌써 예전에 세상을 달리했을 것이다. 노모를 그리는 아들의 심정이 7년을 더 살고픈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아들을 그리는 아비의 심정이 7년을 더 살고픈 것이다.

“꼭 살아 자식새끼들 한번만 안고 싶은게 꿈이야”

“1·4후퇴 때 노모뿐만이 아니라 두 아들 신무(당시 9세·일제시대 때 창씨개명한 이름)와 봉겸(당시 7세)을 북에 두고 왔어. 앞으로 내 나이 110세가 될 때까지는 남북통일은 몰라도 남북간 자유왕래는 이뤄지지 않겠어. 그때까지는 꼭 살아 자식새끼들 한번만 안고 싶은게 마지막 내 꿈이야.”
지금이면 칠순을 바라보고 있을 두 아들이겠지만 그에게는 언제까지나 7살, 9살의 품안의 자식이다. 자식을 보고 싶다는 꿈이 그의 삶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인 셈이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 꿈꾸고, 희망 품을 것

‘인간이란 육체(肉體)가 인간이 아닌 육체 속에 내재(內在)된 생명력이 인간이다.’ 이는 그가 2002년에 발간한 ‘당신도 완전 건강할 수 있다’라는 책자 속 내용의 일부분이다.
그는 생명이 다할 때까지 꿈을 꾸고, 희망을 품을 것이다. 그것이 실현되건, 그렇지 않건 그가 살아 숨쉬는 한 그의 꿈은 영원(永遠)할 것이다. 


취재 이모점모==========

그는 남한에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 아들은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이다. 올 3월 의사협회장에 출마할 예정이다. 사위도 의사다. 아들과 사위가 아버지이자 장인인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말이란 한의학으로 환자를 치료한 사례다. 집안에서도 이럴진대 밖에서는 어떨지 걱정이란다.
한의학과 의학의 소통이 필요하단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103세 어른의 말씀. “아드님, 사위님, 한의학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버님, 장인 어른을 잘 모시는 지름길이랍니다.” 
하재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