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한의원
등록일 : 2009-05-12 11:24
제 목
뜸(灸)에 대한 기고문(上)-손인철 원광대 한의대학장님
작성자
코끼리
2,596
조회수


안녕하세요?

뜸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뜸에 대한 설명을 손인철 학장님이 적어 주신 글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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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뜸 요법을 한의학에서 분리할 수 있단 말인가?

<손인철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장>
 
누가 뜸 시술을 말하는가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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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면서 지난 2월16일 김춘진 의원이 제18대 현 국회의원 30명을 대표하여 입법 발의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뜸시술의 자율화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3857)’의 내용을 다시 꼼꼼히 읽었다.

김 의원이 발의한 뜸시술 법안에 따르면 전통의학의 영역 중 뜸 시술의 자율화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국민 누구나 뜸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 명분은 국민건강 증진과 국민의료비 절감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전제하였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하여 뜸 시술을 보급하도록 노력하고, (그 방법의 하나로 구사(灸師) 양성을 위해) 뜸 시술 보급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였다. 정부의 예산을 들여서 뜸 시술을 전문하는 구사를 양성토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자는 것이다.

침구사 관련 법률안 국회서 14차례 폐기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향후 뜸 시술은 한의사와 구사가 하게 되는 것으로 ‘한의사와 구사(灸師)를 제외하고는 뜸 시술의 대가(代價)로 금전, 물품, 기타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여서는 안된다’고도 명시하였다.

또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민보건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교육 등 뜸 시술 보급을 위하여 일하는 봉사단체·연구단체·시민단체에 운영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자고도 하였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전통적으로 한의사들의 질병치료 수단인 뜸 치료법을 국민 누구나 할 수 있게 한 후, 뜸 시술 보급(?)을 위하여 일하고 있다는(‘뜸 사랑’ 등의) 봉사단체·연구단체·시민단체에 국민의 세금으로 뜸전문의 구사를 양성토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 구사에게 적정한 대가를 주고 뜸 시술 행위를 하도록 규정되어져 있다.

이 법안의 숨겨진 의미는 같은 날 김춘진 의원의 대표발의를 통해 법안 상정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3855)’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본 법안의 주 내용은 침구사를 양성하여 침 시술 및 뜸 시술 그밖의 한방요법적 치료업무에 종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침구(침·뜸)사제도 부활을 위한 각종 법률안은 지난 1964년 제6대 국회 이래로 지난 17대 국회(김춘진 의원 침구의료기사 신설을 위한 법률안 대표발의)에까지 침구(침·뜸)사제도 부활을 위한 각종 법률안이 14차례나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여 왔었다.

허나 이번의 상황은 예년의 것과는 비유가 안된다. KBS 등 언론기관의 힘을 입어 여론의 바람까지 불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만일 이대로 진행되어간다면, 우리 한의학계의 의지와는 전연 관계없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뜸 시술 자율화의 늪에 빠져 한의학의 정체성 혼란을 맞을 것이고, 의료체계의 혼선이 가중되어 내부적으로 학문의 공동화라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이 단계에서 어찌 우리가 서로 책임론만 주장하고 있을 것인가?

한의학의 원전인 『황제내경』『소문·혈기형지편』을 보면 ‘심신의 고락에 대한 병소와 치법’에 대해 언급 한바 “병이 맥(脈)에 생기면 뜸과 침으로 치료하고, 병이 육(肉)에 생기면 위기가 유체되고 농혈이 생기기도 하니 침석(鍼石)으로 치료하고, 병이 근(筋)에 생기면 찜질이나 도인법으로 치료하고, 병이 인익(咽  )에 생기면 목에 울체된 기를 풀기 위해 백약(百藥)을 써서 치료하고, 경락불통하면 몸이 불인(不仁)한 병이 생기니 안마로 행혈시키거나 약주로 부정거사해야 한다”고 하여 질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의사는 환자의 상태와 질병의 부위에 따라 침과 뜸, 자락법 그리고 약과 도인안교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뜸 시술 수십년간 한의학 교육 기반 마련

따라서 다양한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려면 의사는 마땅히 질병치료의 수단인 침이나 뜸, 부항 그리고 약 등을 동시에 아니면 진행과정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영추·구침론(九鍼論)』에도 같은 방법으로 치료법을 제시하였다.

『영추·금복편』에서도 “사기가 성한 즉 사하고 정기가 허한 즉 보하며, 긴맥에는 뜸을 뜨거나 자침하고 또 약을 마시며, 하함(下陷)되면 뜸을 뜬다” 하였고 『경맥편』에서도 이와 같은 의미의 표현이 있다.

우리나라에 한의사제도가 시행되어 온 이래, 뜸요법은 침요법·부항요법과 함께 전국 한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의 기본 교육과정으로 침구학과 경혈학이 교육되어지고 있고, 현재 2만여의 한의사들이 국내외 한방병원과 한의원, 요양병원 등에서 침, 뜸, 부항, 한약 등을 이용한 한방 의술로 국민보건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뜸 시술 자율화 방안은 수십년 동안 교육적 기반을 마련한 한의학의 교육과정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뜸요법은 침요법과 함께 한의대 6년 교육과정 동안 배우는 침구학(鍼灸學)의 주요한 내용이며, 한방 의술의 핵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해부학, 진단학, 경혈학 등 인체 생리 병리에 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한 이후에 마땅히 시술해야 하는 의술로 가르쳐왔었다.

의료행위는 의료법서 범위와 내용 구체적 규정

모든 의료행위는 마땅히 의료법에서 그 범위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불법 자행된 유사 의료행위로 국민보건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치료행위를 의료법으로 규정할 때는 심각한 조사와 연구 검토를 거쳐서 시행하고 있다.

한의사제도 시행과 더불어 의료행위로 규정된 뜸 시술을 자율화한다는 발상은 의료의 차원에서 보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뜸 시술 자율화가 국민건강을 하루아침에 바꿔 놓을 것처럼 호도하고 이에 일부 의원님들이 동조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안타깝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