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한의원
등록일 : 2009-05-19 15:07
제 목
뜸(灸)의 기고문(下)-손인철 원광대 한의대 학장님
작성자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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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 치료는 밥할 때 불이 필요한 것과 같다

손인철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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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뜸 시술을 말하는가  (下 )

이러한 작금의 사태에 미력하나마 한의과대학에서 교육을 담당해왔던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학문적 위기감과 의료행위 및 민족의학의 정체성 혼란을 동시에 느낀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좀 늦은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의료행위인 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임상 활용을 통해, 침구사 부활의 문제 등으로 더 이상 소모전을 하는 일이 없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하며, 이를 위해 한의학계가 합력하여 바른 대책이 수립되길 기원한다.

《편작심서》, 질병 예방과 치료의 뜸 중요성 설파

뜸 요법은 뜸쑥을 활용한 치료법으로, 뜸쑥의 온열자극을 통해 경락 혈위를 자극함으로서 생체의 기혈 운행과 신기의 활동을 강화하여 치료효과를 얻게 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뜸 요법은 단지 병을 치료하는 것만이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고 몸을 건강하게 하여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인류문명의 발달과 함께 역사상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뜸은 한자로 구(灸)라고 하여 오랠 구(久) 밑에 불 화(火)를 붙여 쓰고 있다. 이러한 뜸 구(灸)자를 통해 뜸요법은 증상에 따라 오래도록 떠야 그 참 효과를 보게 된다는 것과 오래된 만성질환에 뜸요법이 효과가 있다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일찍이 한의학에서는 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 ·三藥)이라 하여 뜸요법을 침과 약과 함께 질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정하고 활용하여 왔다.
인체는 수화(水火)의 두 기운으로 운행되는 바, 여기서 화(火)는 인체의 에너지 곧 생명력에 속한다. 뜸요법은 인체의 생명력인 화기를 고양시켜 정기 곧 원기를 회복케 하는 것으로 적절히 잘 활용하면 일체의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원리가 여기에 있다. 《편작심서》에 보면 “의사가 병을 치료할 때 뜸을 뜨는 것은 밥할 때 불이 필요한 것과 같으니, 오늘날 큰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것은 진실로 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수많은 큰 병이 있으나 뜸 등을 적절히 사용하지 않고서 어찌 생명을 구하고 병을 회복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여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뜸치료의 중요성을 설파하였다.

맹자(孟子)에도 “7년 된 병을 3년 된 쑥으로 치료한다(七年之病 求三年之艾)”고 하여 오래된 만성병을 뜸요법으로 치료한다고 하였고, 우리 속담에 “뜸은 밥 먹 듯, 침은 고기 먹듯”한다고 하여 ‘뜸은 오래 꾸준히, 침은 가끔 필요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한의학의 고전격에 해당하는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애엽능구백병(艾葉能灸百病)이라 하여 쑥뜸이 모든 병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의설(醫說)》에는 “만일 건강하길 원한다면 단전(丹田)과 삼리(三里)에 꾸준히 뜸을 떠주라”고 하였다. 《침구대성》에는 중풍 예방법으로 “하지의 족삼리와 절골(현종) 네 곳에 쑥뜸을 각 3장(壯)씩 떠준다”고 하였고, 일반적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 혹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뜸을 떠주면 두 다리에 피부 부스럼이 있는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외대비요》에는 “무릇 사람이 서른 살 이상이 되어서 족삼리에 뜸을 뜨지 않으면 눈이 어두워진다”라고 하여, 나이가 들어가면서 원기가 허해지는 사람에게 조기(調氣) 하기(下氣)작용이 있는 족삼리에 뜸을 떠서 건강관리를 하도록 권하였다.

“족삼리에 뜸 뜨지 않는 자 멀리 여행하지 말라”

역사상 많은 의학서적에는 건강함을 유지 증진시키는 실례가 많이 기재 되어 있다. 《의학입문》에도 배꼽 곧 신궐에 쑥뜸을 뜨면 질병의 예방효과가 있다고 하여 “일년에 사계절 동안 각 절기마다 한 번씩 뜸을 떠주면 원기가 튼튼해지며, 백병불생 즉 모든 질병이 생기지 않는다” 하였고, 《편작심서》에는 건강장수의 첫 번째 방법을 쑥뜸(灼艾)이라고 인정하여, “사람이 30세가 되면 약 3년에 한 번씩 배꼽 아래에 300장씩, 50세가 되면 2년에 한번씩, 60세가 되면 일 년에 한 번씩 뜸을 떠주면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

특히 50세가 되어 관원(關元)에 500장을 떠주면 점차 몸이 건강해지고 입맛이 좋아진다. 이렇듯 매년 뜸을 떠주면 노년이 되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여 쑥뜸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질병의 예방을 위해 중완이나 기해·관원·족삼리에 뜸을 뜨는 것을 양생구라 하여 민간에서 활용되어 왔다. 문헌에 보면 “사람이 편안하려면 삼리가 항상 마르지 않아야 한다”고 하고,  “무릇 족삼리에 뜸을 뜨지 않은 자는 멀리 여행하지 말라”고도 하여 생활 속에 뜸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나이가 30세가 넘어가면 무릎아래의 삼리(三里)라는 부위에 자주 뜸을 떠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양생가에서 시행하는 ‘보건양생구’에 따르면 “영아(  兒) 때부터 신주혈(身柱穴)에 뜸을 떠주면 생장 발육을 촉진시켜주며, 17세 때 좌우 풍문혈(風門穴)에 뜸을 떠주면 호흡계통 질병의 발생을 예방시켜주고, 24세 때 좌우 삼음교에 뜸을 떠주면 생식 비뇨계통의 질환을 막을 수 있다.

의료인의 전문적 뜸 시술로 평생 건강 유지

또 30세 이후 족삼리에 뜸을 떠주면 비위의 기능을 증강시키며 모든 병을 예방시켜 주며, 노년이 되어 곡지(曲池)에 뜸을 떠주면 눈을 맑게 하고 혈압을 낮춰주며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뜸요법은 한열허실의 체질상태를 진단하여 체질에 따라 직접·간접구 등 다양한 뜸법을 적절히 활용하면, 질병을 예방 및 치료는 물론 생활 속에서 건강을 관리해주는 비결인 것이니, 의료인 모두가 잘 활용하여 의료인 자신은 물론 손길 닿는 모든 인연들의 건강관리를 통해 평생 건강을 유지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