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볕이 드는 들판에서 쑥을 캐고 싶은 시즌이 돌아왔다. 상큼한 쑥국은 겨우내 움츠린 몸에 생기가 돌게 한다. 한의학에서는 쑥을 애엽(艾葉)이라고 한다. 쑥을 뜻하는 한자 애(艾)에는 병을 다스린다, 병을 잘라낸다는 뜻이 있다. 우리 민족의 건국신화를 보듯 쑥은 오래전부터 음식과 약으로 사용됐다.
국내에 자생하는 쑥은 40여 종. 강화쑥이라고도 불리는 사자발쑥의 효능이 가장 뛰어나다. 잎이 돋아날 때 사자발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닷가의 강렬한 햇빛과 바람의 영향을 받아 내륙의 쑥에 비해 키가 작고 정유(精油) 성분의 함량이 높다. 정유는 쑥의 잎 줄기 뿌리에 포함된 향기가 강한 휘발성 기름이다.
서해안의 해풍과 바다안개를 맞은 쑥은 염분을 머금고 있어 오랫동안 달인 후 먹어보면 짠맛이 돈다. 이런 이유로 내륙의 쑥에 비해 소염작용과 어혈을 치료하는 효능이 뛰어나다.
채취 시기는 음력 3월 3일과 5월 5일이 좋다. 해뜨기 전에 채취해 처마 밑의 그늘에 말리거나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놓는다. 이른 봄에 뜯은 쑥은 맛과 향이 좋아 국이나 떡으로 먹으면 제격이다. 꽃피기 전 6월에 채취한 것은 약용으로 쓴다.
약용으로 채취한 쑥은 약성이 강하다. 1∼3년 묵혀 쓰면 쓴맛이 가셔 먹기 편하다. 꽃이 피고 난 뒤 채취한 쑥은 외용약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쑥의 기운은 따뜻하고 맛은 쓰면서 맵다. 아랫배에 차고 습한 기운이 뭉쳐 생긴 어혈을 풀어주어 특히 여성에게 좋다. 자궁을 따뜻하게 해주고 하혈을 멈추게 한다. 또 생리를 고르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임신 중에 배가 아프고 하혈이 생기면서 유산의 조짐이 있을 때도 약으로 쓰인다.
생리가 고르지 않거나 생리통이 있는 경우에 쑥을 진하게 달여서 농축시킨 후 물엿이나 수수엿을 넣어 1일 2회 한 숟가락씩 먹으면 좋다. 살균 항균 살충작용도 한다. 쑥 달인 물을 피부에 바르면 습진 같은 피부병을 없애고 피부재생 효과가 크다. 또 산후 회음부 절개부위가 잘 아물지 않을 때와 치질이 생겼을 때 쑥을 달인 증기를 쏘이면 상처가 빨리 아문다.
이런 좋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열성 체질이나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이 쑥을 먹으면 발열 두통 구역질 발진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6월 이후에 채취한 쑥을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돈사나 우사에서 태우면 공기와 냄새를 정화할 수 있다. 구제역에도 약재로 쓸 수 있다.
오수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