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대인에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은 피해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하면 좋지 않듯이 술도 그런 것 같습니다.
동의보감에도 술에 대한 경고와 술병에 대한 치료도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동아일보에 대한한의사협회 최준영 학술이사님의 글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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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을 운영하다 보면 가끔 난처한 부탁을 하는 단골 환자들이 있다. 며칠 전 한 여성이 “남편과 함께 한약을 지으러 가겠다”며 전화를 걸었다. 남편이 거의 매일 술을 마시니 한약 먹는 동안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고 남편에게 말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두 잔 정도는 괜찮다”고 대답하자 그 여성은 “입에도 대면 안 된다고 해야 한다”고 간청했다. 가장의 건강을 걱정하는 간절한 마음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참 난감했다. 한약 복용 중에 술을 마시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물론 한약과 술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몸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술을 먹는 순간 그동안 먹었던 한약의 효과가 다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가급적 음주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현대인은 음주를 뜻대로 통제하기 어려울 때가 적지 않다. 약간의 알코올 섭취는 약효에 그리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영업상의 이유로 부득이 자주 술을 마셔야 할 경우 주독을 풀고 간 기능을 개선하며 피로를 예방하는 한약을 복용할 수도 있다.
동의보감에는 ‘갈화해성탕’이라는 주상(술로 인해 생긴 병)을 치료하는 약이 나오는데 그 약을 소개하는 끝에 ‘대체로 이 약들은 부득이한 때에 쓰는 것이므로 어찌 이것을 믿고 날마다 술을 마시겠는가. 술을 자주 마시면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과한 것이 해가 된다는 얘기다. 술만 한잔 들어갔다 하면 자제력을 잃고 폭음을 하고야 마는 사람은 한약을 복용하는 중에는 술집 근처에도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약 중에는 술로 복용하는 것도 있다. 어혈을 풀 목적으로 복용한다든지 혹은 약의 효과를 상체 쪽으로 작용하게 하려는 약이 그런 예다. 주로 소량의 청주를 물에 희석해서 복용한다. 그렇지만 이때도 전혀 술을 마시지 못하거나 술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그냥 물에 타먹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에는 술을 빨리 깨고 덜 취하게 하는 방법도 소개됐다. ‘술에 취했을 때는 뜨거운 물로 양치하는 것이 좋다. 몹시 취했으면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에서 뜨거운 물에 여러 번 세수하고 머리를 10여 번 빗으면 곧 깨어난다.’
부득이하게 자주 술자리를 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도 매일 반복하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결국 자신에게 적당한 양의 음주와 절주가 건강을 지키는 해법이다.
최준영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