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말년 임금의 어깨와 팔 통증이 심해지자 의관들은 통증 부위에 집중적으로 뜸을 뜨고 부항을 할 것을 권했다. 노쇠해진 왕의 어깨는 기혈의 유통이 막히면서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신들이 앞다투어 자신들의 치료 경험담을 임금 앞에서 늘어놓았다. 아픈 부위에 뜸을 뜨거나 부항을 하고 ‘삼릉침’ 사혈요법을 써서 증상이 호전됐다고 자랑했다. 그들의 말을 듣고 부항을 뜨고 침을 놓아 통증이 사라졌는지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숙종의 아들 영조도 팔과 어깨 통증을 수시로 호소했다. 영조는 40대 중반 무렵인 재위 13년 망건을 쓰기 위해 팔을 올리다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가 하면 일어서다 발을 삐끗해 손으로 용상을 짚는 과정에서 어깨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꼈다고 했다. 영조의 어깨 통증은 오십견과 비슷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앞뒤로 흔들 때는 괜찮은데, 어쩌다 팔을 갑자기 들어 올리면 통증이 생긴다’고 했다.
어의들은 숙종과 영조의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침뜸, 약물을 동원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단지 어깨와 팔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온열요법으로 통증을 감소시킨 게 모두였다. 전통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어깨 통증은 양적(陽的) 경락이 모두 지나가는 어깨에 피로가 가중되면서 양기가 식어 생기는 증상이다. 그래서 양기를 보충해주는 온열요법이 의미가 크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었다.
오십견을 동결견(凍結肩)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어깨 주위를 둘러싼 근육 인대가 차고 굳어져서 생긴다는 뜻. 어깨는 인체의 8분의 1이나 되는 무거운 팔을 하루 종일 몸에 달고 다니면서 물건을 당기고 미는 힘든 일을 한다. 피로와 노화로 어깨 관절에 변화가 생기면 면역체계는 그 변화를 우리 몸을 공격하는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그 면역반응의 1단계가 바로 염증반응이다. 2단계는 관절이 굳어지는 동결기이고 3단계는 회복단계다. 영조는 1, 2단계에서 나타나는 통증 치료에 침구 약물을 처방했으나 시원한 효험을 보지 못했다.
당시 어의들은 차가워진 영조의 어깨를 따뜻하게 데우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절대 귀하고 비싼 약재를 치료에 남용하지 않았다. 임금이 어깨 통증에 무슨 약재를 썼다고 소문이 나면 조선 천지에 남아나는 게 없이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조는 일반 백성들이 쓰던 털 달린 옷감이나 매운 천초로 만든 술, 찐 솔잎, 볶은 누에고치로 어깨를 덥히는 방법 등 민간처방을 똑같이 썼다. 영조는 너무 귀하다는 이유로 인삼도 아껴 먹었고, 그 좋아했던 도요새, 사슴 꼬리, 메추리 고기 또한 금지시켰다.
정작 영조의 오십견 증상을 크게 호전시킨 건 매일 아침마다 반복한 간단한 운동이었다. 승정원일기에는 “아침마다 일어나 팔을 앞뒤로 흔드는 운동을 하고 난 후 증상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영조의 자랑이 기록돼 있다. 아침 체조는 멈춰진 기혈 순환을 도와 몸에도 좋지만 특히 정신적 피로를 푸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어깨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물은 강황(薑黃)이다. 팔이 저리고 손에 통증을 호소하자 어의가 권한 약물이다. 강황의 맵고 쓴 성분이 기혈이 막히고 굳어지는 걸 막아준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동아일보 이상곤의 실록한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