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이후 기침 한번 편하게 한 사람이 있을까. 기침은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건만, 요즘은 그 자체로 중죄인 취급을 받는다.
효종은 담대한 북벌론을 내세웠지만 재위 10년을 겨우 채우고 생을 마감한 임금이다. 용상에 오른 후 그를 내내 괴롭힌 것은 소갈증(당뇨)과 감기였다. 효종은 재위 10년 오랫동안 감기를 앓았다. 목소리가 무겁고 코가 막히는 증세와 함께 특히 기침 증상으로 고생을 했다. 그의 기침 치료를 위한 처방은 청폐탕과 보신제인 팔진탕. 하지만 모든 처방에 빠지지 않는 기침 치료의 명약재가 있었으니 바로 오미자였다. 평생 감기를 달고 살았던 효종의 아들 현종도 기침 치료에 도라지와 오미자를 사용했다.
장수대왕 영조도 임금이 된 후 잦은 기침으로 괴로워했다. 신하들은 따뜻한 물을 권했다. 중국인들이 뜨거운 차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기침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동의보감에도 ‘몸이 찰 때 찬 것을 마셔 폐가 상하면 기가 오르기만 하고 가라앉지는 않는다. 한기가 목구멍과 가슴에 충격을 줘 목 안이 근질근질 가려운 것 같고 까칠까칠한 것이 걸린 것 같은데 이것이 찬 기운으로 인한 기침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냉기가 폐를 상하게 하여 기침이 생긴다는 병리적 접근이다.
기침은 목이 건조하고 예민한 건성기침과 가래가 많은 습성기침으로 나눈다. 건성은 초기감기나 그 후유증으로 인한 경우가 잦지만, 가래가 많은 습성기침은 만성적인 부비동염이나 기관지 확장증, 폐렴 등의 원인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부비동염의 후유증으로 가래가 목으로 넘어가는 습성기침을 앓았던 선조는 뽕나무껍질이 든 사백산과 오미자로 기침을 진정시켰다.
급한 성질에 화를 잘 내는 왕으로 유명한 숙종은 건성기침을 앓았다. 어의들은 ‘감기로 인한 기침이 아니라 화열(火熱)이 꽈리같이 연약한 폐를 마르고 건조하게 해 기침이 나온다’고 진단했다. 골초로 유명한 정조 또한 건성기침으로 고생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그의 화증(火症)은 폐와 기관지 기능을 더욱 약화시켰다. “가장 답답한 것은 격담(가래)이 치성하여 해수(咳嗽·만성기침)가 멎지 않는 것이다.”(정조 5년)
화(火)가 끓어올라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찾아오는 건성기침에는 오미자를 절대 쓰지 않았다. 숙종의 기침 처방에도 오미자가 빠졌고, 정조의 처방에도 오미자는 아예 언급조차 안 됐다. 온기로 폐의 기능을 끌어올리는 오미자는 화(火)가 원인인 기침에는 금기 약재다. 가정에서 차로 마실 때는 물 500cc에 오미자와 도라지, 살구씨를 각각 10g 내외로 끓여서 복용하면 기침에 도움이 된다,
오미자는 남성 불임에도 좋다. 증보산림경제의 저자인 유중림은 남성 불임 환자를 위해 세 개의 처방을 추천했는데 여기에 모두 오미자가 들어 있을 정도다. 색깔이 붉은 남오미자와 검은 북오미자가 있는데 양기를 보강할 때는 북오미자 1근을 가루로 만들어 술과 함께 한 숟갈씩 하루 세 번, 사시사철 끊지 말고 복용할 것을 권유한다. 야간 빈뇨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은 오미자와 계내금(닭똥집)을 함께 짓찧어서 복용하면 도움이 크다.
동아일보 이상곤의 실록한의학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