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한의원
등록일 : 2009-10-27 14:54
제 목
대학생 40%가 성형미인-조선일보
작성자
코끼리
2,340
조회수


조선일보 특집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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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키우고, 코 높이고]
--2명중 1명 얼굴 고쳤다.


14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일평균기온 섭씨 14.5도의 선선한 가을날인데도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쓰고 활보하는 20~30대 여성이 많았다.

이곳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압구정동·청담동을 잇는 일명 '뷰티벨트' 한복판이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운영하거나 고용된 국내 개인병원 네곳 중 한곳(881곳 중 253곳)이 이 지역에 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도 성형 사실을 감추던 과거와 달리, 요즘 뷰티벨트를 걷는 여성들은 수술해서 부은 얼굴로 카페도 가고 쇼핑도 한다.

인근 백화점에서 쇼핑 중인 이모(25·회사원)씨는 쌍꺼풀 수술 부기가 덜 빠진 눈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부끄럽지 않냐고요? 왜요? 요새 성형수술이 흠은 아니잖아요? 당장 남들 보기에 부자연스러워서 선글라스를 쓴 것뿐이지 창피해서 쓴 건 아니에요."

턱 전체를 붕대로 싸맨 한 여성이 옆 매장을 둘러봤다. 이씨가 "저 사람은 윤곽수술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1000만원 가까이 든다던데 티도 안 나고 효과는 확실하대요. 부러워요. 저도 꼭 받고 싶어요."

최근 몇년간 성형이 '유별난 사람들이나 하는 수술'에서 '앞집 여자도, 뒷집 남자도, 내 친구 ○○도 받은 수술'로 크게 변했다. 그러나 성형수술이 연간 몇 건이나 이뤄지는지, 누가 왜 어떤 수술을 받는지, 시장 규모는 얼마나 큰지 정확히 밝힌 조사는 없다.

본지는 성형수술이 얼마큼 깊숙하게 한국인의 일상에 파고들었나 살피기 위해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소속 전문의 6명과 함께 거리로 나갔다. 3m 이내 거리에서 지나가는 여성들의 얼굴을 선착순으로 300명 관찰하고 눈·코 성형을 했다고 추정되는 사람 수를 기록했다.

조사 지점은 중산층 이상 주부들이 많은 서울 강남구 A백화점 식품매장, 다양한 계층이 뒤섞이는 서울 은평구 B할인매장 식품매장, 20대가 몰린 명문대 중앙도서관 입구를 골랐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의 1명이 조사한 뒤, 또 다른 전문의들이 2인1조로 같은 지점에서 다시 조사했다. 세 지점을 각각 두 차례씩 두달간 조사한 결과, 총 1800명 중 836명이 성형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열명 중 네명꼴(46%)이다.



'루키즘(Lookism)'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차별한다는 뜻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한 이 낱말은 이제 전지구적 화두가 됐다. 대중매체가 발달하면서 루키즘이 홍수처럼 확산됐고 이에 따라 각국 성형 시장이 한여름 강물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취재팀은 전문의들과 나란히 서울 강남구 A백화점 식품매장, 서울 은평구 B할인매장 식품매장, 명문대 중앙도서관 입구로 나갔다. 20~50대 여성을 계층별·세대별로 폭넓고 정확하게 조사하는 게 목표였다. 관찰대상은 총 1800명이었다.



 ◆강남구 A백화점…두 명 중 한 명꼴

8월 28일 오후 6시30분, 서울 강남구 A백화점 식품매장은 저녁 찬거리를 사는 주부들로 북적댔다. 다양한 지역 고객이 오는 일반매장과 달리, 식품매장 주요고객은 부유층과 중산층이 많이 사는 압구정동·잠원동·논현동·청담동 주민들이다. A백화점 식품매장 손님 한 명이 한번에 쓰고 가는 돈은 평균 13만원이다.

배준성(34·JK성형외과) 전문의가 계산대 3m 앞에 서서 선착순으로 여성 300명을 꼼꼼히 살핀 뒤 "189명이 성형수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눈만 한 사람은 87명, 코만 한 사람 8명, 눈·코를 다 한 사람 94명이었다.

다른 의사들이 다른 날짜에 같은 장소를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지난 8일 오후 6시, 정재호(44·프로필성형외과)·윤원준(44·미고성형외과) 전문의가 A백화점 식품매장에서 같은 방법으로 2차 조사를 벌였다. 두 사람은 "300명 중 120명이 성형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눈 17명, 코 67명, 눈·코 36명이었다. 1차(189명)와 2차(120명)의 편차는 왜 생겼을까? 정 전문의와 윤 전문의는 "전문가라도 '관찰'이기 때문에 개인차가 있을 수 있어 한 사람만 '알쏭달쏭하다'고 해도 뺐다"고 했다.

◆은평구 B할인매장…두 명 중 한 명꼴

지난달 2일 오후 6시, 서울 은평구 B할인매장 식품매장. 응암동·역촌동·신사동 등 인근 지역의 다양한 계층 주부들이 뒤섞였다. B할인매장 식품매장 손님 한 명이 한번에 쓰고 가는 돈은 평균 5만5000원으로, A백화점의 절반 안쪽이다.

배 전문의가 식품매장 입구에 들어서는 여성 300명을 관찰한 뒤 "149명이 성형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눈 99명, 코 1명, 눈·코 49명이었다.

2차 조사는 지난 16일 오후 6시, 홍정근(44·메트로성형외과)·윤정섭(48·윤정섭성형외과) 전문의가 진행했다. 두 사람은 "300명 중 142명이 성형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눈 101명, 코 19명, 눈·코 22명이었다.

홍 전문의는 "전체적인 얼굴 비례에서 도저히 나오기 힘든 커다란 눈을 가진 사람이 꽤 보이는데, 대부분 성형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백화점 vs 할인매장 어떻게 다른가

성형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숫자는 강남구 A백화점(600명 중 309명·51.5%)이나 은평구 B할인매장(291명·48.5%)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눈에 띄었다.

A백화점은 눈·코를 모두 한 사람(130명)이 눈만 한 사람(104명)과 코만 한 사람(75명)보다 많았다. 반면 B할인매장은 전체 인원 가운데 3분의 2가 눈만 사람(200명)이었다. 윤원준 전문의는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일수록 성형수술이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A백화점은 1차와 2차 조사의 편차가 컸다. 반면 B할인매장은 양쪽이 비슷했다. 두 곳을 모두 조사한 배준성 전문의는 "A백화점은 성형 여부가 헷갈리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B할인매장은 비교적 명쾌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고 했다.

A백화점 2차 조사를 맡은 윤원준 전문의는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비싼 병원에서 표가 덜 나게 성형한 사람이 많을 수 있다"며 "전문의 두 명 중 한 명이라도 알쏭달쏭하다는 사람은 모두 추려내 1차보다 숫자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B할인매장 2차 조사를 맡은 홍 전문의는 "요즘 코 수술은 한 듯 안한 듯 고치는 게 유행이라, 과거에 오똑하게 세웠던 사람도 새로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체 조사와 별도로, 배 전문의가 두 곳을 모두 1차 조사하면서 윤곽수술 여부도 살폈다. 윤곽수술은 부위에 따라 400만~1000만원이 든다. 눈·코에 비해 흔적이 미묘한 까닭에 전체 조사에선 뺐다. 배 전문의는 "A백화점은 1차 조사 대상자 300명 중 27명이, B할인매장은 딱 1명이 윤곽수술을 한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명문대 중앙도서관 가보니…열 명 중 네 명꼴

지난달 25일 오전 11시, 남녀공학 명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배 전문의가 여학생 300명을 선착순으로 관찰한 뒤 "114명이 성형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눈 70명, 코 11명, 눈·코 33명이었다.

이어 지난 12일, 이규호(35·메트로성형외과)·윤정섭 전문의가 같은 방법으로 2차 조사를 벌였다. 두 사람은 "300명 중 122명이 성형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눈 87명, 코 21명, 눈·코 14명이었다.

1차와 2차 조사 결과에 큰 편차가 없었다. 양쪽을 합산하면 10명 중 4명 꼴(600명 중 236명)로 성형을 한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젊은이들에게도 성형이 폭넓게 확산됐음이 확인됐다.

윤 전문의는 "대학 입학 전에 쌍꺼풀 수술을 마치고, 방학 중에 추가로 코를 높이거나 앞트임·뒤트임 수술을 받는 학생이 많다"며 "최근 들어서는 윤곽수술과 지방흡입수술을 받는 대학생도 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