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한의원
등록일 : 2009-10-28 14:54
제 목
남자들도 '성형'하는 이유? - 조선일보
작성자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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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조선일보 특집기사 입니다.


"젊어 보여야 직장 오래다닌다."
---아내들도 적극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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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 대기업 20년차인 박모(46) 부장은 석달 전까지 부하 직원 사이에서 '두꺼비'로 불렸다. 불룩 튀어나온 눈밑, 늘어진 턱살, 이마의 주름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박 부장은 "올 초 내 별명이 '두꺼비'라는 사실을 알고 우울해졌다"며 "내가 봐도 인상이 사납고 나이보다 10년은 더 들어 보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월 여름휴가 때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밑과 턱밑에 있는 지방을 뺐다. 이마에 보톡스 주사도 맞았다. 박 부장 부인이 "젊어 보여야 직장에 오래 다닌다"며 수술비 500만원을 선뜻 내줬다.

그는 "수술 후 처음 출근했을 때는 직원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아 신경 쓰였는데, 요새는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며 "사람을 만날 때 자신감이 생겨 수술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성형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성형외과를 찾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46) 교수는 "경쟁사회가 오면서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는 공식이 깨지고, 남자들의 젊음과 외모도 중요한 가치로 부각됐다"고 했다. 최근 10년간 성형외과 전문의 숫자가 800여명에서 1600여명으로 폭증한 것도 한 원인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장대련(53) 교수는 "병·의원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성 성형'이라는 틈새 시장을 개발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레알모아레알포맨 성형외과 이수빈(40) 상담실장은 "1990년대 초만 해도 남성 환자는 한달에 한명쯤 연예인 지망생이 찾아오는 수준이었다"며 "2000년 들어 일반 남성 환자들이 한달에 10명 정도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2004년 남성 전문 클리닉을 따로 열었다. 현재 하루 10여명씩 남성 환자들이 상담을 받고 간다. 연령대 비율은 10명 중 7명이 20대 초·중반, 10명 중 2명이 20대 후반~30대 초반, 10명 중 1명이 40대 이상이다. 이 병원 최종필(37) 원장은 "10대나 20대 남성들은 또래 여자들과 연예인들이 스스럼없이 성형수술 받는 것을 보며 성장해 성형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고 했다.

21일 오전 11시쯤 이 병원에서 만난 권모(24)씨는 지난 7월 군 복무를 마친 대학생이었다. 그는 "졸업 이후 사회생활을 고려하다보니 '외모가 좀 더 나았으면 좋겠다' 싶어 눈·코·앞턱 성형수술을 받으러 왔다"며 "광대뼈 수술도 하고 싶었는데 병원에서 말렸다"고 했다.

회사원 강모(27)씨는 대학 졸업 후 10개월 동안 취직이 안 돼 애를 태웠다. 100군데 이상 원서를 넣었고, 그중 20군데 이상을 면접에서 떨어졌다. 강씨는 "그때부터 성형을 고려했다"고 했다. "외모가 평균 이하라는 것은 중학교 때부터 알았어요. 대학 때도 친구들이 놀러 다니는 홍대 클럽 같은 곳은 얼씬도 안 했고요. 취업이 계속 안 되니까 외모 탓을 하게 되더군요."

강씨는 지난해 6월과 7월에 쌍꺼풀 수술과 코볼을 좁히고 콧대를 높이는 수술을 받았다. 부기가 빠지고 수술 부위가 제자리를 잡은 후 한달 만에 취업이 됐다. 그는 "오직 성형 때문에 취업에 성공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외모가 달라진 뒤 자신감이 생긴 것만은 사실"이라고 했다.

30·40대 남성들은 얼굴보다 체형 성형에 관심이 많다. 격무, 야근, 회식을 반복하는 동안 배도 나오고 머리숱도 적어진 중년 남성들이 수술로 젊음을 회복하려 하는 것이다.

복근 성형 전문 NB성형외과의 이지혜(27) 상담실장은 "수술비용이 800만~1200만원이 드는데도 '몸짱 열풍으로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찾아오는 남성 환자가 많다"고 했다. 지난 6월 복근 성형을 받은 외국계 기업 직원 김모(34)씨는 "사우나에서 배에 왕(王)자가 새겨진 남자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주눅도 들었다"며 "운동으로 복근을 만들자니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아 수술을 택했다"고 했다.

JK성형외과 주권(43) 대표 원장은 "중년 남성 환자들이 '젊어 보여야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 대우를 받는다', '겉늙어 보이면 정리해고 대상이될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에 상상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액세서리 도매상을 하는 정모(43)씨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명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모발 이식수술을 받고 보톡스 주사로 눈가 주름을 없앴다. 총 800여만원이 들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는데 머리가 빠지면서 '쉰은 된 줄 알았다'는 말을 자주 들어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요즘은 손님들한테 30대 후반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그러나 '성형 미남'에 대한 사회 인식은 아직 관대하지 않다. 최종필 원장은 "남성 환자 대부분이 '티 안 나게 고쳐달라'고 신신당부한다"고 했다.

박모(23·대학생)씨는 지난 6월부터 한달간 부모 몰래 막노동을 했다. 쌍꺼풀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쌍꺼풀이 없고 눈이 작아 고민해왔다"며 "공무원인 아버지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해 내 힘으로 수술비를 모아 수술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석달간 저한테 말을 안 하시던 아버지께서 최근 부기가 약간 빠지니까 '요즘 수술은 티도 잘 안 난다'고 한마디 하셨어요. 어머니도 좋아하시고요. 저요? 간절히 원했던 만큼 너무 만족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