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한의원
등록일 : 2010-06-28 11:12
제 목
머리 카락을 보호하고 싶으면 '땅'이 기름져야 합니다.
작성자
코끼리
2,398
조회수


“모발은 초목처럼 성장과 퇴행, 휴지기를 반복한다. 땅이 기름져야 초목이 잘 자라듯이 모발은 피지선에서 분비된 피지에 의해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막아주고 광택과 부드러움을 유지할 수 있다.”

세상에는 오직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 머리털이 많은 사람과 머리털이 없는 사람. 오래된 내 친구는 최근 인사방법을 바꾸었다. 머리를 공손히 숙였다가 직장 상사로부터 핀잔을 들었기 때문이다. 가마 부분이 훤히 드러난 것을 들켜버렸다. 사무실에서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새로운 인사방법을 직장 상사가 시연해 보였다. 얼굴을 들고 허리만 숙이는 이름하여 ‘배꼽인사’.

머리의 정상부분인 가마는 빙글 빙글도는 모습이다. 마치 태풍의 눈과 같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해석한다. 인체의 양기가 머리끝으로 빙글빙글 뻗쳐오르는 모습이다. 인체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두가지다. 기와 혈이다. 지상에서 혈은 물이고, 기는 물이 태양을 받아 증발하면서 상승하는 모양이다. 기의 끝자락은 양이 붙어 불꽃같은 양기(陽氣)가 되고 혈의 끝자락은 응축된 얼음 같은 모습으로 음정(陰精)이라 한다.

가마의 반대는 배꼽이다. 어머니는 배꼽을 통해 태아의 원형을 기르기 때문에 음정의 바탕이다. 태어나서는 비록 닫혀있어도 배꼽은 인체의 음정이 모이는 축인 것이다. 배꼽과 가마는 이어보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양기의 정점인 백회나 음기의 근본인 신장의 축과는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는 인체의 기본원리가 숨겨져 있다. 우주와 닮은 만큼 현실적으로 기울어진 지구의 축과 우주의 축을 닮았다고 보는 깊은 사유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머리털은 인체의 혈을 밀고 올라오는 기의 모습이다. 양기의 정점인 만큼 열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머리털은 발(髮)이라고 한다. 발이란 말은 본래 뺄발(拔)자의 뜻을 본받은 것이다. 곧 길게 쭉 뻗어졌다는 것이다. 길게 위로 쭉 뻗은 것은 불꽃의 모양이다. 불꽃은 대체적으로 스트레스와 통한다.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행이 나빠지면서 열이 올라온다. 머리털은 모내기할 때 모판의 모와 같다. 마르고 열이 오르면 말라 죽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치료하는 약물은 측백엽과 향부자다. 모든 나무는 햇볕을 향하는데 측백나무만은 서쪽을 향한다. 서쪽은 해가 지는 방향이며 기가 꺾여서 내려가는 곳이다. 그래서 상승하는 양기를 하강하도록 꺾어서 내리는 작용을 한다. 측백엽은 코피와 토혈을 주로 치료한다.

코피와 토혈은 혈액이 역행하여 상승하면서 생기는 질병이고 보면 치료증상은 이런 약물의 작용을 잘 설명하고 있다. 향부자는 기가 몰린 상태를 잘 흩어준다. 향부자는 위에서는 잎이 무성하게 펼쳐지면서 아래에도 실 같은 뿌리가 많이 나온다. 사물은 뿔이 있으면 이빨이 약하고 이빨이 강하면 뿔은 없다. 그런데 아래 위가 모두 무성한 것은 잘 없다. 향부자는 아래 위가 모두 무성하여 내부에 몰린 기를 외부로 채워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부에 기가 몰려 답답해지고 말초는 혈행 순환이 늦어져 차가워진다. 가슴이 답답하고 내부에 몰린 기를 외부로 퍼뜨려서 피부와 모발로 채워주면 초췌해진 수염과 눈썹 모발이 잘 자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음정의 부족이다. 모발은 초목처럼 성장과 퇴행, 휴지기를 반복하며 사계처럼 순환한다. 땅이 기름져야 초목이 잘 자라듯이 모발은 피지선에서 분비된 피지에 의해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막아주고 광택과 부드러움을 유지할 수 있다. 기름진 물질을 바로 음정이라 하며 배꼽 아래 신장에 감추어진 물질이 오르고 내리면서 채워준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적고 있다. “정기가 위로 올라가면 털이 윤기가 나면서 새까맣게 된다. 48살이 지나서는 정기가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수염과 머리털도 말라 바스라지면서 회백색을 띠게 된다. 양생을 잘하는 사람은 미리 정혈을 보하는 약을 먹어서 이런 것을 막는다. 정혈을 보하면 희어졌던 머리털도 검게 된다.”

여러 가지 약물이 소개되어 있지만 재미있는 처방은 ‘장천사초환단’이다. 효능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 약을 오랫동안 먹으면 몸이 가벼워져서 바람을 따라갈 것 같다. 희어진 머리털이 뿌리부터 검어지는데 믿지 않으면 흰고양이에게 1달 동안 먹이면 검게 변한다” 는 엄청난 자신감있는 표현도 있다.

대표적인 약물은 역시 하수오다. 이름 그 자체가 치료효과를 설명하는 약물이다. 어찌 하(何), 머리 수(首), 검을 오(烏)를 쓴다. ‘본초구진론’ 이라는 책에도 분명하게 “신음(음정)을 보하며 머리칼을 검게 한다”라고 적고 있다.

하수오는 가공법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재를 잘 씻은 물에 담갔다가 꺼내어 흑태와 함께 시루에 쪄 익힌 다음 말려서 쓰는 것이 탈모환자에게는 좋다.

일반적으로 식품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검은 콩과 검은 깨, 다시마 같은 해조류다. 검은 색은 침묵하는 어둠으로 겨울을 뜻하며 신장이 가진 뜻과 일치한다. 계절의 끝인 겨울에는 새로운 시작의 의미가 같이 들어 있다. 침묵의 검은 색과 시작의 붉은 색이 함께 하며 이런 특색을 여명의 어둠으로 표현한다.

1월은 Jannuary다. 야누스의 계절이다.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 끝과 시작이 같이 있다는 뜻이다. 검은 깨, 검은 콩과 현미에 들어 있는 색소 안토시아닌은 원래는 딸기, 팥 등 붉은색을 나타내는 색소이지만 그 함유량이 늘면 빨강이 보라로, 보라가 더 짙어지면 검정으로 변한다. 빨강, 보라, 검정이 몸을 더욱 따뜻하게 하고 혈관 속의 노폐물 기름을 연소시키고 청소해주는 기능이 강하다. 검은 색의 식품에는 체온 유지효과도 크고 체중 감량에도 효과적인 것이다.

검은 콩은 검은 깨와 더불어 뜨거운 안토시아닌이 있어 지방을 잘 태워주며 간 속에 들어 있는 지방을 분해하여 지방간이나 간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특히 간과 신장을 보하여 머리털을 만드는 원료인 음정을 보충해주고 머리에 생기는 풍기를 없애주므로 그야말로 딱인 셈이다. 미국 유타대학의 윈트로프 교수는 검정깨가 방사능을 막아주고 메타오닌 성분은 지방간을 예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검정콩과 검은 깨를 복용하는 방법은 하룻밤동안 물에 담구었다가 찌고 다시 말려서 가루를 내어 먹는 방법이다. 머리털에서 빠질 수 없는 식품은 해조류다. 갑상선은 모낭활동을 촉진하여 휴지기에서 성장기로 전환을 유도하면서 머리털 성장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크다.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데 필요한 요오드는 해조류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현은 검은색이다. 물은 얕으면 맑지만 깊으면 검어진다. 깊은 물길이 모인 곳이 신장이고 검은 색의 블랙푸드는 신장을 도와 머리털의 베이스인 음정을 도와 잘 자라는 바탕을 만든다. 앞에 말한 다섯가지 검은 식품을 ‘오현’이라 하며 환약을 만들면 머리털의 건강에 도움이 적지 않다(오현환).

들깨도 머리칼에 도움을 많이 준다. 일본에서는 들깨에 꿀을 타서 먹는 방법이 유행한다. 들깨의 기름은 불포화 지방산이다. 포화지방산이 혈관벽에 달라붙어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반면 들깨의 지방산은 그 매끈한 성질로 혈관 속의 노폐물을 청소해주면서 배출한다. 올리브유가 튀기면 건강과 비만의 적이 되지만 생기름은 오히려 건강식이 되는 이유와 비슷하다. 들깨를 장복하고 흰머리가 검은 머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은 것도 이같은 논리 때문이다. 그러나 불포화 지방산은 열이나 압력 때문에 쉽게 변성된다. 그래서 좋은 지방산을 섭취하려면 들깨를 갈아 생것으로 복용해야 한다.

두피 건강의 빠질 수 없는 적은 먹는 음식에 포함된 기름기이다. 튀김류나 삼겹살 같은 기름기 많은 고기류를 많이 섭취하는 것은 가려움이 심해지고 비듬이 생기면서 머리카락이 다발로 빠지게 된다.

청나라 말기에 절대 권력을 행사한 서태후가 가장 근심한 것은 바로 머리카락이었다. 그녀가 먹는 음식이 고지방음식이었기에 자꾸만 빠져서 좋은 비방과 명의를 구하였다. 그녀가 머리카락을 씻는데 사용한 처방은 국화산과 민두수 등이 있다. 국화산은 동의보감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감국, 만형자, 측백엽, 천궁, 백지, 세신, 상백피, 한련초의 뿌리, 줄기, 꽃, 잎으로 같은 양을 달여서 머리를 씻는다. 수염과 머리털이 노랗게 되면서 바르는데 바르면 검게 되고 윤기가 난다고 기록하였다.

특히 그녀가 자주 사용한 것은 민두수였다. 국화, 조협, 박하, 형개, 백지, 백강장, 곽향 등의 한약을 넣어 끓여서 식힌 뒤 용뇌를 넣어 만든 물에 빗으로 적셔 빗으면 효험이 크다고 적혀 있다. 먹는 약과 씻는 약을 복용한 탓인지 서태후는 이후 머리털이 윤기가 생기고 건강해졌다고 한다.




머리털을 빗는 것은 전통적인 두피 관리의 방법이다. 황정경에는 머리칼을 많이 빗어야 거풍하고 눈이 밝아지며 뇌신이 튼튼해진다고 말한다. 거풍이란 환기를 시키는 것이다. 지금이야 다르지만 머리털을 길게 기르는 옛날에는 머리털이 빽빽해서 환기가 되지 않아 모근이 숨을 쉬기 힘들었다. 또 두피의 바닥은 밭과 같다. 말초인 만큼 적당한 자극이 필요하고 고랑을 갈아줘야 모근이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숱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에는 약간 차이가 있게 손질을 해야 한다. 숱이 많고 굵운 머리칼은 빗살의 길이가 길고 크기가 넉넉해야 하고, 숱이 적고 가는 머리카락은 빗살의  길이가 짧고 촘촘한 브러시가 좋다. 
 
이상곤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