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한의원
등록일 : 2011-03-29 12:02
제 목
멜라토닌(melatonin)과 위기(衛氣)
작성자
코끼리
1,749
조회수


송과선(松果腺, pineal gland)은 척추동물의 뇌에 존재하고 사람에는 대뇌 밑, 간뇌의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내분비기관이다. 솔방울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정해졌는데 머리의 피부를 통과하여 들어오는 빛을 받아들여서 밤과 낮의 길이나 계절에 따른 일조시간의 변화 등과 같은 광주기(光週期)를 감지하여 생식활동의 일주성(日周性)이나 연주성(年周性) 등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생성, 분비한다.

멜라토닌은 밤에 집중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사람의 생체리듬을 조절해 우리 몸이 밤에 잠들게 해 준다. 또한 생식선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송과선종양의 발생시기가 사춘기라는 것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멜라토닌은 한의학에서 우리 몸을 흐르는 기(氣) 중의 하나인 ‘위기(衛氣)’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꼭 맞아서 돌아간다. 위기가 양(陽)이라면 멜라토닌은 음(陰)이라고 할 수 있고, 위기가 무형(無形)이라고 한다면 멜라토닌은 유형(有形)이라고 할 수 있다. 위기가 하루의 낮과 밤을 나누어 운행하는 것은 멜라토닌이 빛에 의해 억제되고 어두운 밤에만 생성되어 작용을 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이것은 인간의 하루동안 각성과 수면이 주기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이유이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그에 따른 적응을 준비하게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멜라토닌의 합성량이 너무 많거나 오랜 시간 생체 내에 작용하면 우울증이 발생하고, 반대로 합성량이 적으면 불면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黃帝內經·靈樞34》 「오란(五亂)」을 인용해 보면 위기역행(衛氣逆行)으로 다섯가지의 대민(大  )이라는 병이 발생하는데 그 중 심란(心亂)의 증상은 ‘마음이 우울하고 괴로우며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있으려고만 하고 말을 시켜도 대답하지 않으며 물어보아도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구고 푹 숙인 채 똑바로 들지 못하며 어깨를 바로 펴지도 못하고 안으로 웅크린 자세로 푹 쳐져 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故氣亂於心, 則煩心密  ,    首靜伏). 이것은 우울증의 상태를 자세하게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위기의 이상으로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우울증이 멜라토닌의 높은 농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위기와 멜라토닌의 유사관계에 강력한 근거이다.

또한 멜라토닌의 합성량이 적으면 불면증이 유발되는데 이것은 위기가 하루의 25회 외부순환을 마치고 내부순환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운행의 이상이 발생되어 불면증이 생기는 상태와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이슈화가 되고 있는 성조숙(사춘기조발)의 원인으로 멜라토닌의 부족이 부각되고 있다. 멜라토닌의 농도는 생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농도가 높을 때는 생식세포의 발달을 억제하고 낮을 때는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위기와 멜라토닌의 관련성으로 볼 때 어떤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성조숙은 위기의 이상으로 발생된 것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치료의 핵심이다. 

 
장규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