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한의원
등록일 : 2011-10-07 11:15
제 목
정조대왕은 왜 한의학을 공부했을까?
작성자
코끼리
1,804
조회수


안녕하세요?

조선 22대 임금이신 정조대왕께서 한의학에 능통한 임금님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수원시 윤성찬 회장님이 경인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읽어 보시고 도움 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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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개혁군주로 손꼽히는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대왕은 '한의학'에 능통한 임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한의학에 능통했을 뿐 아니라 시(詩), 서화(書畵), 무예, 철학, 사상 등 다방면에 걸쳐 많은 관심을 가졌었고, 어느 분야든 상당한 수준에 이르를 만큼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임금이었다.

사실 이러한 능력은 다른 임금들도 세자시절부터 제왕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준비된 경우가 많았지만, 유독 정조대왕은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컸고, 그 스스로 높은 수준의 의학자로서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군주가 직접 저술한 의학서적 '수민묘전(壽民妙銓·백성을 오래 살게 하는 묘한 비법)'을 편찬했는데, 이는 '용시환해수사민(用時還解壽斯民)'이라는 북송(北宋) 중기의 유학자 정이천(程伊川)의 시어(詩語)에서 따 이름지은 것이다. '수민묘전'의 서문을 보면 정조대왕의 의학관을 엿볼 수 있다.

"의(醫)는 만백성을 구제하는 것이므로 사친자(事親子·어버이를 모시는 아들)가 가히 의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어렸을 때 의서를 탐독하고 10년간 선대왕의 질병을 시측(侍側·옆에서 모심)하며 진맥의 비결과 약의 성품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바 있다. 고금의 의서 중에 우리나라에 적합한 것은 오직 양평군(陽平君) 허준의 '동의보감' 하나뿐이다. 내가 동의보감의 사례를 좀 고쳐 속편을 만드니 '수민묘전'이라 이름한다."

이를 보면 정조대왕은 첫째, 선대왕인 영조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돌보기 위해 의학에 전념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한의학 공부를 통해 효(孝)를 실천했던 것이다. 그는 의서 편찬은 물론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 어의들과 처방에 대해 토론하고 때로는 자신이 복용할 탕약을 직접 처방하기까지 했다.

둘째, 정조대왕은 훌륭한 통치자가 되기 위해 한의학을 공부했다. '의학은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의학 존재의 이유를 명확하게 하고, 통치의 목적 또한 국태민안(國泰民安)임을 전제로 통치와 의학 모두 결국은 백성들의 삶을 평안하게 하기 위함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허준의 '동의보감'이 고금의 의서들 중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의서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치와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번잡해 공부하기 어려우므로 동의보감 중에서 우리의 풍습에 적합한 것을 친히 선집해 각 병문들의 증론(證論)과 맥결(脈訣)을 중심으로 '수민묘전' 4권을 만들고 속편으로 탕액 제방들의 치료법 5권을 편성한 것이다.

최근 의료인 출신의 안철수씨가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해서 기존 정치계와 국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일명 '안철수 신드롬'으로 일컬어지는 현상을 통해 의료인이든 정치인이든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보다 건강한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근본 책무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정조대왕의 한 말씀을 인용하고자 한다. "무릇 하늘이 임금과 스승을 있게 한 것은 모두가 백성들을 위함이니 항상 백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함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