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한의원
등록일 : 2012-02-07 11:48
제 목
대보름날 먹는 부럼의 의미 - 피부의 방어막 지질을 보충하는 부럼
작성자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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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의 방어막 지질을 보충하는 부럼

정월대보름에 먹는 땅콩, 호두, 잣 등이 부스럼을 예방한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부스럼은 피부에 나는 종기를 통칭하는 병명이다. 종기는 조선왕조실록에서 대부분의 왕을 공포에 떨게 한 질병이다. 그중에도 종기라 하지 않고 부스럼이라고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부스럼 질환의 원인은 무엇일까?

동의보감이 부스럼이 되는 원인을 적은 부분은 뾰루지와 땀띠를 설명하는 조문이다. “여름철에 땀을 지나치게 흘려 피부에 좁쌀만한 것들이 붉게 돋은 것을 땀띠라고 한다. 이것이 짓무르고 헤져서 부스럼이 된다.” 땀이 많이 나면 피부에 있는 지질(기름기)이 씻겨 나가고 피부가 외부 자극에 예민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스럼의 원인은 피부의 지질 부족과 관계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기름기는 지금에 와서 건강 유지의 기피 1호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나 음식냄새가 고소한 기름기 나는 냄새라는 점은 인체에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피부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도 지질을 포함하는 각질층(때)의 역할이다. 각질층은 표피세포가 각화라는 변화를 일으켜 죽은 세포가 15~20층을 이룬 것이다. 땀은 각질층에 수분을 공급한다.

또한 각질층 바깥쪽에서 피지선으로부터 나온 지방과 습기가 섞여 합쳐지면서 각질층 위에 피지막을 만들어 천연 크림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크림은 마치 코팅처리와 같은 방어막을 형성한다. 여름에 땀이 많이 나오면 피지가 씻겨 나가면서 피부의 방어막 기능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피부장벽 기능에서 지질의 역할은 잘 알려져 있다. 각질층의 지질은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자유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수분의 투과뿐 아니라 다른 물질의 투과를 억제하는 훌륭한 장벽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일종의 코팅 역할을 한다.

특히 세라마이드는 각질층의 수분 유지에 영향을 주는데 노화함에 따라 줄어들고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의 경우에도 적다고 한다. 최근의 연구결과에는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에 피부장벽기능을 하는 지질의 역할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건성피부의 경우도 세라마이드가 적어서 피부가 건조한 것은 당연하다. 호두육은 기름이 59.18%로 향약집성방에도 어린이의 머리 헌데나 뾰루지에 직접 처방한 기록이 있으며, 습진이나 버짐에도 호두 기름을 발라 효과를 본 연구들이 나와 있다.

땅콩도 기름이 40~50%나 되면서 헌데에 처방한다. 잣도 피부를 곱게 하면서 지질을 보충하는 점은 분명하다. 일화자본초에는 허한 것을 보하고 여윈 것을 살지게 하며 오장의 기능을 돕고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지질에 대한 생각들은 한의학에서 자운고라는 연고로 흔치 않게 제품화되었다. 자운고는 진실공(陳實功)의 저서인 외과정종의 백독창(白禿瘡)문에 기록되어 있는 윤기고라는 처방이 기원이다. 건선, 습진, 무좀, 원형탈모증 등에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부스럼 부위가 크지 않거나 분비물이 밖으로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는 조건을 지키면 만능이라고 할 정도이다. 참기름, 돼지비계기름이 주성분으로 지질의 효능에 주목하고 당귀나 자근을 넣었는데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살갗을 빨리 재생시켜 상처흔적과 색깔의 변성을 막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약국제제로서 허가되어 있는 한방외용약이 4종인데 그중에 판매량이 자운고가 단연 으뜸이다.

정월대보름 세시풍속 중 귀밝이술에 대한 부분에 논리적인 근거는 지난해 본란에서 설명하였다.

우리는 이쯤에서 감자 이야기를 짚고 가야 한다. 모든 식물은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독소를 가지고 있다. 감자는 솔라니딘과 토마티딘이라는 유독성 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안데스 산맥의 토착농민들은 오랜 세월동안 선택적인 교배로 이 독소를 없앰으로서 감자를 식용화할 수 있었다. 최근 질병에 강한 저항성을 가지고 살충제에 의한 방어가 불필요한 신품종 감자가 개발되었다. 그러나 감자 속에 독소가 다시 생겨 전량 폐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시풍속은 한순간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건강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생긴 지혜다.

-이상곤 원장